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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트랩’에서 트랍스를 연기한 배우 박건형이 모의 재판 장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렌마트 원작 ‘사고’를 각색한 이번 작품은 법정이라는 장치를 거쳐 인간 존엄의 아이러니를 탐구한다. [세종문화회관]
“고맙습니다, 판사님! 고맙습니다!”
모의법정에서 피고인으로 선 트랍스는 사형을 선고받자 기쁨의 환호를 터뜨린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를 원작으로 한 서울시극단의 연극 ‘트랩’의 한 장면이다.
연극 ‘트랩’은 섬유회사 외판원 트랍스(박건형)가 출장 중 자동차 사고를 당해 시골 마을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우연히 은퇴한 법조인들의 저택에 바다이야기설치 자료 초대된 그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열리는 모의 재판에 휘말린다.
최근 판매총책임자로 승진한 트랍스는 능력과 부를 과시하며 V8 스포츠카를 몰고 출장을 떠난다. 그러나 사고로 차가 고장 나자 인근 대저택에 하룻밤을 묵게 된다. 저택의 주인인 전직 재판관은 그를 식탁에 초대하고, 전직 법조인 넷은 놀이 삼아 모의 재판을 제안한다. 관련 내용
골드몽릴플레이 하지만 그들의 재판은 처음부터 비정상적이다. 재판관은 “쓸데없는 격식들, 법률들, 법정의 폐물로부터 해방되어 법의 몇 조 몇 항 따위는 무시하고 판결을 내린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공정성을 담보할 최소한의 절차와 근거조차 없다는 이야기다.
모의 법정에서는 추측과 궤변만이 증거로 작동하고, 피고인 트랍스는 재판 과정에서 번번이 소외 관련 내용 바다이야기플레이기 된다. 가뜩이나 프롤레타리아 출신으로 그들과 격이 맞지 않다고 느끼는 그에게, 법조인들은 새우에 레몬을 뿌리는 방식까지 조롱하며 우월감을 드러낸다. 변호인은 “조심하라”는 모호한 조언만 되풀이한다.
연극 ‘트랩’의 한 장면. 변호인 쿰머 역 김신기 배우가 피고인 트랍스(박건 관련 내용 플레이몰릴플레이 형) 곁에 앉아 있지만, 그의 말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급기야 검사는 트랍스를 완전범죄의 살인범으로 몰아세우며 사형을 구형한다. 트랍스는 자신의 의자마저 빼앗긴 채, 다른 이들이 자신을 대신해 자리를 차지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럼에도 그는 상류층 법조인들의 비위를 맞추려 관련 내용 릴플레이가입머니 하다 점차 그들의 논리에 동조한다. 또한 마침내 스스로 유죄를 주장하기에 이른다.
이유는 명백하다. 검사는 그를 욕망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완전범죄를 행한 ‘주체’로 그려내며, 트랍스 역시 단순히 사회 구조의 피해자가 아니라 욕망에 따라 결단을 내리는 주체로 존재하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에 상류층 인물들이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해석해주는 그 순간이, 트랍스에게는 생전 처음 느끼는 고양감을 주었다. 매일 생계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삶을 서사로 돌아본 적이 없었다. 법조인들은 그 ‘자기서사의 공백’을 틈타 그의 인생을 마음대로 재단하며 정신적 납치극을 벌인다.
연극 ‘트랩’의 도입부에서 트랍스(박건형)가 V8 스포츠카를 몰며 출장을 떠나는 장면. 성공과 부를 과시하는 순간이지만, 곧 사고를 당하며 그의 인생은 뜻밖의 재판으로 향한다. [세종문화회관]
결국 검사의 논고 뒤에 변호인이 “그는 살인을 저지를 능력조차 없는 평범한 소시민”이라 변론하자, 트랍스는 오히려 모욕감을 느낀다. 사실 검사의 주장도, 변호인의 주장도 그에게는 똑같이 굴욕적이다. 빠져나갈 곳 없는 하나의 ‘트랩’에 그가 갇히는 순간이다.
이때부터 극은 단순한 유무죄의 플레이을 넘어 ‘존엄을 쥔 자와 빼앗긴 자’의 대결로 옮겨간다. 재판정은 끝내 검사와 변호인의 주장을 절충해 ‘죄인이자 무력한 인간’이라며 트랍스에게 가장 모욕적인 사형 판결을 내린다. 한 사람의 인생을 제멋대로 재단한 뒤에도 법조인들은 “아름다운 놀이”라고 말하며 만족스러운 듯 태연히 잠자리에 든다.
재판을 마친 트랍스는 모욕의 트랩 속에서 마지막 남은 신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죄를 온전히 시인하며 책임을 지는 동시에, 타인의 해석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직접 이야기의 결말을 써 내려가는 주체로서의 마지막 선택이다. 예기치 못한 트랍스의 선택에 법조인들은 슬퍼하기는 커녕 다만 “우리의 아름다웠던 놀이를 이렇게 망쳐버리다니 무슨 짓이냐”며 분노한다.
연극 ‘트랩’에서 저택의 주인이자 전직 재판관 역을 맡은 배우 남명렬. 모의 재판을 제안하며 피고인 트랍스(박건형)를 심리적 함정으로 몰아넣는 인물로 [세종문화회관]
사형 선고에 환호하는 피고인이라는, 표면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말을 배우 박건형은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괴상한 복장을 하고 윽박과 웃음을 오가며 그로테스크한 법정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법조인들 사이에서, 그는 평범한 시민이 느낄 법한 당혹감과 모욕,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불안함을 숨기려는 몸짓 하나까지 현실감 있게 구현된다.
특히 뮤지컬 ‘시카고’,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에서 자신만만한 성공의 얼굴을 보여주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그 성공의 이면, 인간 내면의 균열과 허무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의 이전 작품을 관람했던 이들이라면 마치 무대 뒤편의 박건형을 바라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번 ‘트랩’은 객원 배우로 합류한 박건형을 제외하면 지난해 서울시극단의 공연진이 그대로 참여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마치 오래된 법조인들의 모임에 초대된 이방인을 바라보는 듯한 구도를 형성한다.
연출은 과도한 장치보다 인물의 내면과 주제의식에 집중한다. 실험적인 무대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으나, 담백한 연출 덕분에 정합적인 서사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관객은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듯 트랍스의 선택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연극 ‘트랩’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1월 7일부터 30일까지 공연된다.
“고맙습니다, 판사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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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트랩’은 섬유회사 외판원 트랍스(박건형)가 출장 중 자동차 사고를 당해 시골 마을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우연히 은퇴한 법조인들의 저택에 바다이야기설치 자료 초대된 그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열리는 모의 재판에 휘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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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은 과도한 장치보다 인물의 내면과 주제의식에 집중한다. 실험적인 무대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으나, 담백한 연출 덕분에 정합적인 서사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관객은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듯 트랍스의 선택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연극 ‘트랩’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1월 7일부터 30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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